Filed SS 2020

Exhibition Text

Dazed Korea, Future Society, Seoul
10.2019

An introductory text for an exhibition exploring the materiality of photography morphed by movement and space

‘사진’은 현대사회의 무수한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의 중심에 자리한다.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사진은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이미지 매체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파일드(Filed)는 사진 이미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사진전의 지평을 넓히고자 2017년 이래로 그래픽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등 다양한 매체와의 조합을 통해 사진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파일드는 『Filed: the book of filed images』(2017, 독립출판)를 통해 여러 작가의 사진을 가공하고 배열하는 방식으로 이미지의 재조합을 탐색했다. 이후 〈Typojanchi Saisai 2018-2019〉 (2018, 문화역서울 284)에서는 전통적인 그래픽 디자인의 두 큰 축인 ‘이미지’와 ‘정보’ 중에서 주로 전자의 역할을 담당하던 사진을 후자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언어적 표현’을 시도했다.

〈Filed SS 2020〉은 사진의 가능성을 더 나아가 소재, 운동성, 공간을 통한 변주를 꾀해 확장한다. 사진(Photography)의 그리스어 어원은 ‘빛(Phos)’과 ‘그리다(Graphos)’로, 문자 그대로 ‘빛으로 그린 그림’을 의미한다. 빛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반드시 평면 위에 존재하지는 않는다. 오늘날의 사진은 종이, 직물, 금속, 스크린 등 다변화된 물질 위에 등장한다. 다양한 재료 중 파일드는 ‘의류’라는 물질의 특수성에 주목한다. 의류가 인체의 굴곡과 동작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의류에 인쇄된 이미지는 질감, 형태, 운동감을 지닌다. 따라서 옷에 얹어진 사진은 더 이상 정지된 화면이 아닌 인체를 반영하는 유동적인 매체가 된다. 

파일드는 사진이라는 장르와 형식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끊임없이 실험한다. 이러한 실험 중 하나로 신체 부위가 인쇄된 옷을 입은 인체를 포착한 사진 작업을 선보인다. 이 작업에서 사진은 대상으로서의 고정된 위치를 탈피하고 인체와 상호작용한다. 나아가 이미지는 이차원의 평면을 넘어 삼차원의 공간에 존재하고, 관람자는 사진 이미지가 통합된 공간을 자신의 신체로 경험한다.